봄비/이영균
    처음 내게로 오던 너의 처음 같았어
    창가 여린 꽃잎 간질이던 철없던 봄비  
    감기를 몹시 알은 듯한 핼쑥한 얼굴
    얇은 손가락 끝이 찻잔 언저리에서 떨렸고
    혼자라고 뺨 붉히며 수줍던 너
    창밖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고 있어
    봄비, 너의 처음처럼
    사실 난 그런 봄비가 정말 반가웠어
    널 안아주기보다는 
    내가 네게 와락 안기고 싶었거든
    그 순간엔 흠뻑 젖고도 싶었어
    배도 고프고 마음도 외롭고 쓸쓸해서
    창밖엔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졌어.
    봄비, 너의 숨결처럼 
    그런 내 마음 알았을까
    끓는 물에 김 서린 욕실거울처럼
    너의 코끝에 맑게 매치던 촉촉한 열기
    내게 다가와 나를 적시고 
    애잔한 눈빛으로 내 마음 흔들어     
    창밖엔 어느새 빗줄기가 어둡게 내려
    봄비, 너의 입술처럼  
    그런 밤이면 좋겠어 
    한없이 젖고 싶은 너처럼 애잔한 
    그런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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