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자 하는 그대 / 권정순
나를 만나자 하는 그대
넓은 길 사거리에서 만나요
그대가 늦어진다 해도
수시로 바뀌는 신호 셀 테니까요
잘린 김밥처럼
줄지어 서 오가는 차들 셀 테니까요
신호에 따라 줄행랑치는 차들 보고
바삐 살아야 하는 세상 배울 테니까요
나를 만나자 하는 그대
넓은 길 사거리에서 만나요
여유롭게 자라고 지는 잡초와 낙엽이
모두 다 내게 조금만 더 기다리라
손짓하는 위로 받을 테니까요
그래도 그대여
나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말아요
신호가 마흔아홉 번 바뀔 때까지만 기다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