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전하는 말 / 안희선
나목(裸木)들의 낯선 언어가
희미한 달빛에 감기어 가슴에 스며들때,
미명(未明) 속 고요한 아우성은
또 어떤 그리움인가
세상보다 차가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는 아무 상관 없는,
비밀 같은 저 속삭임
순백(純白)의 눈만으로도
헐벗은 대지는 아늑해져
추위에 뼈만 남은 풍경마저
환하게 펼져진 순간을 말하는데,
마음의 빈뜰에 소리 없이 꽂히는 칼은
또 어떤 외로움인가
모든 것 놓아버린
창망(蒼茫)한 하늘은 저토록 홀가분한데,
낡은 시름 하나 던지는 일이
무에 그리 큰 대수라고
바람에 목이 걸린 울음이
맨살로 부서지는 소리
백설(白雪) 꽃잎으로
칠흙 같은 목숨을
하얗게,
덮어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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