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그리우면 운다 / 양애희 
저물녘 피다만 찔레꽃 푸른 대궁을 지나
예전 그 자리 그대로 바람은 부는데
허공에 떠돌다 사라진 마음의 것들은
거적거적 뒷꿈치가 아프도록 사라지고 만다.
환상같은 꿈속에서도 바람의 숲은 울었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아가는 시간이 무엇인지
마음 한자락 새처럼 저무는 한 여자의 고독처럼
저 바람의 숲도 그러할까.
목젖끝에 매달려 입술가에 맴도는 사랑
숲에 가면, 숲에 가서
가슴에 못다한 말들이 가지끝에 매달려
목숨줄 안고 우수수 잎으로 놓인 걸까.
눈물겹다, 화향(花香)보다 짙은 그리움
심장에 묻고 묻다가 덮어버린 시간들
사랑하는 일은 더 아픈 꽃을 피우는 것이라더니
내 심장속 비망록엔 바람도 그리우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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