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이 봄날에 그립거들랑 / 양애희 
행여, 이 봄날에 그립거들랑
굽이친 먼 세월 다 접어
바람의 어귀에 피어난 추억의 속도처럼
느리게 느리게 꽃잎으로 오세요.
바람속에서, 바람속에서
달큰한 냄새로 다가오는 그리움의 크기 
추억의 신발과 함께 걸어
속도의 바깥쪽에서 바람부는 쪽으로 오세요.
행여, 이 봄날에 그립거들랑
달빛에 젖은 봄꽃의 숨소리일랑 무릎에 묻고
마음의 강물에 배 하나 띄워
늑골까지 적신 그리움 안고 오세요.
바람속에서, 바람속에서  
비릿한 냄새로 다가오는 그리움의 틈새
붉디붉어 촉촉한, 황홀한 형벌 그 어디쯤
한 떨기 천년의 꽃으로 오세요. 
달빛 너울대고 천지에 꽃 피고 
봄뜨락 가득히 한꺼번에 연정이 퍼져
바람빛 강물위, 부디 붉은 그리움으로 오세요
행여, 이 봄날에 그립거들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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