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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9. 20:14
2009. 10. 29. 20:14
비만, 복부비만은 정력 감퇴의 주범 보양식 찾지 말고 뱃살부터 빼라
‘세월이 바뀌어도 정력은 여전히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정력에 좋다고 하면 혐오 식품이든 기능성 식품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성욕이 점차 떨어지고 부부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면 으레 세월과 나이 탓을 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불룩하게 나온 뱃살이야말로 정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유타대학교의 연구진은 복부비만이 불임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비만 정도가 심한 남성일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성호르몬결합단백질(SHBG)이 감소하는 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과잉 축적된 지방조직에 분포된 에스트로겐은 대사작용에 교란을 일으키고 외부의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창고로 작용하면서 불임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연구진들은 밝혔습니다.
복부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죠.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정자생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자 수도 줄고 정자의 활동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성호르몬 대사의 균형이 깨지면 성욕이나 발기부전에도 영향을 주지요. 즉 정력감퇴가 단순히 세월 탓이 아니라 불룩 튀어나온 뱃살 때문일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합니다.
뱃살은 성호르몬만 교란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혈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혈관노화를 촉진시킵니다. 발기부전은 혈관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뱃살을 빼면 정력이 좋아질까요?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없으면서 발기부전을 가진 35~55세의 뚱뚱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쪽 그룹은 음식조절과 운동을 병행했고 다른 한쪽은 건강교육만 실시했습니다. 2년 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꾼 그룹은 체중만 빠진 것이 아니라 발기부전이 개선되었고 3명 중 1명은 완전히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뿐 아니라 혈관내피세포 기능과 혈관염증반응도 개선돼 성생활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추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도비만 때문에 위절제술을 받은 남성 환자들 가운데 체중감량 후 불임과 발기부전이 개선되고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지요.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혈관 질환의 원인입니다. 뱃살이 ‘인격’이라는 생각은 위험하지요. 특히 보약을 달여 먹고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열심히 찾아다닌 남성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뱃살부터 빼는 게 먼저라는 걸 명심하세요.
글 : 박 용 우 | 서울대 의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의학박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성균관의대 외래교수, 현 대한비만체형학회 고문,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
출처 : 위클리조선 2008.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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