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
폐경


중년 불청객 폐경기 증상 대책은 호르몬제뿐?


스물의 여자는 바쁘고, 서른의 여자는 외로우며, 마흔의 여자는 아프고, 쉰의 여자는 화가 난다고들 한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감정의 결들은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완성시키며 자신만의 길을 가게 한다.

어떤 여성은 눈물과 함께 또 어떤 여성은 후련함으로 생식기능의 완결인 폐경을 맞이한다. 그 심정이 어떠하든 폐경의 순간과 그 전후의 갱년기 시기는 여자의 일생에서 힘든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되어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폐경이다. 대개 1년간 생리가 없을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개 40대 중후반에서 시작되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1970년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제제가 개발되면서 여성의 건강과 노화억제에 신기원을 맞는 듯하였으나 2002년 이후 많은 연구들이 ‘영원한 젊음의 묘약은 없다’는 사실을 부작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치료법들은 과연 마흔아홉 즈음 폐경기에 놓인 여성들을 도울 수 있을까? 침은 갱년기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까?

외국의 의학계에서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폐경 관련 증상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객관적인 잣대로 우리보다 먼저 침치료의 효과를 검증해보았다. 국내에서는 필자가 2006년부터 3년간 세 차례의 임상시험을 한 결과 주 2회 8주간의 치료로 이 시기의 가장 흔한 증상인 안면홍조를 대부분 치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말 세계적 관련 학회지인 ‘Menopause(폐경)’와 다른 여러 학회지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그렇다면 여성 호르몬제를 꼭 복용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 폐경 여성의 20% 정도가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다. 40세 이전에 폐경한 여성이나 기타 국소적인 호르몬 부족 문제를 개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일정기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할수록 중단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호르몬제와 비교할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약은 안전하고 정말 효과가 있을까? 모든 한약이 안전할 수는 없지만, 이 시기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한약은 안전하고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며 비만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심리적 장애와 신체적 장애가 겹친 경우에 한약은 좋은 치료 수단이 된다. 이선탕(二仙湯), 대조환(大造丸), 공진단(供辰丹)은 안면홍조와 내분비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폐경이 된 경우는 어떠할까? 수술 혹은 항암치료에 의해 폐경이 되었을 때는 자연적인 폐경보다 증상이 심하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환자가 가진 정서적인 노여움도 더 깊은 경우가 많아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예가 많다. 

사상 체질에 따른 폐경기 증상의 특징은 있을까? 소음인들은 냉증과 골다공증이 더한 경우가 많다. 소양인은 요통, 슬관절통, 요실금이 잦다. 감정의 기복도 문제가 된다. 태음인은 체중 증가가 현저해지면서 각종 성인병이 잘 생긴다. 태양인은 이 시기에 정서적 격동이 더 심해 진다.  

폐경이 찾아올 때 본인과 가족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보면 갱년기는 자기완성의 시기로 여겨질 수도 있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규칙적인 소식(小食)이 중요하다. 가족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아내,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녀가 기울인 헌신에 대해 감사하도록 하자.


/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여성의학과 교수

출처 : 주간조선 201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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