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후의 건강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해외여행이 보편화하고 있다. 여러 대륙의 다양한 시간대를 짧은 시간 동안 넘나들다 보면 생체 리듬이 깨져 시차 부적응이 일어나기 쉽다. 시차 부적응이 발생하면 모처럼 떠나는 여행이 즐겁기보다 어렵고 지친 여행이 될 수 있고, 중요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은 뇌 속의 시상하부라는 부위에 존재하는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 시계에 의해 움직인다. 만약 생체 리듬이 갑자기 깨져 버리면, 짧게는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 일까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차증후군(Jet-Lag Syndrome)이 발생한다.

■ 시차증후군의 신체 이상 증후군

시차증후군이란 표현은 1931년 Post와 Gatty가 비행기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나타난 증상을 처음으로 기술한 것이 시초이다. 누구든 시차가 3~4시간 이상 차이 나는 지역을 짧은 시간 동안 여행하게 되면, 다양한 신체 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시차증후군의 주요 증상으로는 수면장애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피로감, 식욕저하, 소화불량, 안절부절, 짜증, 우울감, 집중력 장애, 기억력 장애, 운동기능 둔화,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함께나타날 수있다.

시차증후군이 흔히 나타나는 경우는 비행시간이 긴 경우보다 시간대 변경이 많은 경우이다. 또 비행 방향에 따라서도 증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쪽으로의 비행은 서쪽으로의 비행보다 시차증후군이 심해진다. 거리가 같더라도 동쪽으로의 여행이 시차증후군을 회복하는데 50% 정도 더 걸린다. 동쪽으로 가면 생체 시계를 앞당겨야 하는데, 생체 시계를 앞당기는 것이 늦추는 것 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 현지 시차 적응 방법

시차증후군을 아예 막을 수는 없지만 쉽게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있다. 예를 들어 적어도 출발 5일 전부터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미리 생활패턴을 조정하거나, 한두 시간 정도 일찍 혹은 늦게 잠자리에 드는 방법을 시작해본다. 여행지가 동쪽이라면 출발 며칠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수면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서쪽이라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수면이 더 적합하다.

장거리 비행 시에는 도착 전 현지 시각에 맞춰 기내에서 적당히 수면을 취하고, 도착 직후부터는 바로 현지 시간에 맞춰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내에서 적당한 스트레칭을 반복해주고,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과 주스를 많이 마시면 좋다. 술이나 커피, 홍차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술을 많이 마시면 취해서 잠은 들 수 있지만, 숙면을 방해한다. 기내에서의 식사는 가볍게 하고, 도착지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낮 시간에 적당한 운동을 해주면 편안하고 깊은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햇빛은 생체 시계를 재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햇볕을 쬐면서 걷는 운동은 시차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야외 활동이 불가능하다면 광치료기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이동형 장비가 외국에서 개발되어 있고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한편, 밤에는 커튼으로 완전히 빛을 차단하고 자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도착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적당한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 에어로빅 운동 같은 것을 해주고, 현지 일상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시차증후군의 극복에 도움이된다.

■ 수면제나 멜라토닌 제제 복용 시 주의사항

시차증후군 증상이 심하면 수면제나 멜라토닌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멜라토닌은 식품으로 판매될 정도로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으나, 용량 및 용법에 대해선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 이 필요하다. 임산부나 수유 중인 여성, 아이들은 복용해서는 안 되며, 고혈압 약물이나 기타 신경계 약물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복용이 시차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다음날 불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와의사전상담이 필요하다..

글 : 유범희 | 삼성서울병원정신과

출처 : 삼성의료원웹진-중년이후의 건강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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