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의 사랑 /정유찬
계절이 겨울에 발을 딛고 섰을 무렵
하늘에서 내리는 눈보다
푸근하고 환하게 네가 나에게 왔다
너는 눈송이보다 하얗게 쏟아져 내렸고
네가 웃을 때 마다
하얀 입김은 풀풀 하늘로 올랐지
맑고도 맑은 너의 눈망울에
시린 하늘 비치면
난 그 속에 얼어 붙었고
그 눈동자가 하얀 눈을 담으면
나는 더 하얗게 부서져
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다
아니다. 아니다
어찌하여 눈송이보다 아름다운 널
품었는지 모른다
그냥 바라만 봐야할 너를
뜨겁게 안고 난 후에
너는 눈처럼 스러졌다
어디에. 어디에서
너를 또 만나
내가 눈처럼 녹아질까
언제, 어느 겨울에
다시 만나 눈보라처럼
서로 쏟아져 내릴까
겨울에 차가운 눈발 날리면
하얀 그림자 뒤로
가끔씩 네가 스쳐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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