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같은 네가 그리운 날 -詩 김설하
모래바람 일으켜 눈 아리던 골목
가는 눈발 내리더니
땅에 닿기도 전 녹아 잿빛인 새벽
칫솔 물고 억지스레 잠 털어내며
빗물 같은 네 생각을 했다
사색의 광장에서 불쑥 나와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고
무심히 던지는 말 정 가득하여
사소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허밍의 노래에선 모카향이 났어
동공에 어린 세상 한 장의 풍경이던
네 눈웃음 짓는 정겨운 얼굴
따뜻한 온기로 긴 머리카락 쓸어주던 손길
오늘 많이 그립다
칫솔에 핏물 묻어나고
세면대 빠져나가는 거품 같은
사소한 일상 들려주며 위안 받고 싶어
행여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 있거들랑
아무렇지 않게 슬며시 닦아주는 네 손길
오늘 많이 그립다
가만히 기대고 있으면
냇물소리가 들리고
잔잔한 물 노을 그리는 강이 되고
망망대해 끝없는 수평선이 되고
흐르다 흐르다 하늘로 올라가 이슬이 되어
칫솔에 묻은 핏물처럼 네가
빗물 같은 네가
오늘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