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알레르기는 피부·호흡기에만?
위에도 생길 수 있어요


호산구성 위장염… 단순 소화불량 증세로 착각, 소화제 먹으면 역효과
면역억제제로 치료하고 항원 식품 빨리 찾는 게 관건


안모(48·서울 마포구)씨는 오래전부터 식후에 복통과 구역질이 자주 생겼지만, 소화불량이라고 여기고 소화제만 먹고 버텨 왔다. 하지만 최근에 증세가 악화돼 병원을 찾아갔더니, 의사는 "소화불량이 아니라 위 속에 알레르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단백질·히스타민·세로토닌 식품이 항원

알레르기라면 우선 피부, 코, 호흡기 등이 떠오르지만, 위에도 알레르기가 생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가 위 점막에 있으면 항원이 되는 음식물이 위에 들어올 경우 알레르기가 생긴다"며 "두드러기 같은 피부반응은 없고, 그 대신 속쓰림, 구토, 복통, 구역감, 설사 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의사가 위 알레르기 환자에게 호산구가 가라앉아 있는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알려주고 있다.

위 알레르기는 호산구성위장염이라고 하는데, 피부나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 수는 10% 정도로 적지 않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위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착각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호산구(好酸球)란 백혈구의 일종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나타내는 표지자이다. 단백질 식품(달걀·우유·콩·고기·메밀·땅콩 등), 히스타민 식품(치즈·가지·토마토), 세로토닌 식품(파인애플·바나나) 등이 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항원이다.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을 먹으면 만성적으로 재발한다.

소화제 아닌 면역억제제로 치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는 "호산구성위장염은 원래 서양에 많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고 있다"며 "폭식·폭음을 하지 않고 자극적이거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위가 불편하거나 위통이 반복되면 위내시경 검사로 호산구성위장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산구성위장염 환자를 위내시경으로 검사하면 호산구가 위벽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호산구성위장염을 일반 위장질환으로 착각해서 소화제나 제산제 등으로 일시적 통증만 없애고 그냥 두면 위장 점막이 심하게 부어 올라 서로 들러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알레르기와 달리, 호산구성위장염은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로 찾아내기 어렵다. 그 대신, 항원이 될 만한 음식을 하나씩 식단에 넣고 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방법을 쓴다. 항원을 찾으면 그 음식을 삼가야 한다.

이런 검사로 항원을 찾지 못하거나, 위 알레르기가 이미 만성화해서 항원을 멀리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면역억제제를 7~10일 정도 써서 증상을 강제로 가라앉힌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로 근본 치료는 되지 않기 때문에, 항원이 되는 식품을 먹으면 증상이 재발한다.

출처 : 헬스조선 2012.02.15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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