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식사·음주 때 ‘줄줄’ 루풍증을 의심하라!



회사원 양세영(48)씨는 매년 여름이 오면 식사 시간이 더욱 두려워진다. 그는 “냉방이 되는 식당에서도 항상 부채를 부치며 식사를 하게 된다”면서 “얼굴에 비 오듯 땀이 흘러 동료들 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한다.

1년 중 여름철에 가장 많이 흘리게 되는 땀. 정상인이 하루에 흘리는 땀의 평균 양은 평상시를 기준으로 0.5~1L 정도이다. 운동 시에는 2~3L로 늘어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달려야 하는 축구선수나 마라토너의 경우에는 그 양이 훨씬 늘어난다.


얼굴·겨드랑이 땀 많으면 소화기 문제

땀은 99% 이상이 수분이고 나트륨·칼륨과 같은 전해질, 젖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땀은 체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냉각 계통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200만~300만개의 땀샘이 있다. 땀을 분비하는 땀샘에는 아포크린샘(apocrine gland)과 에크린샘(eccrine gland)의 두 종류가 있다. 아포크린샘은 세포의 일부분이 파괴되어 땀 속에 섞이므로 체취의 원인이 된다. 사람의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 젖꼭지, 음부 등에 존재한다. 에크린샘은 전신에 퍼져 있다.

경원대 한의대 송호섭 교수는 “특히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만 땀이 나는 것을 루풍증(漏風證)이라고 한다. 이 경우 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몸에 마치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는 것과 같은 간담(肝膽)을 중심으로 한 습열(濕熱)이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머리와 얼굴은 뜨거워지기 쉬운 부위로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항상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머리를 식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경우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머리, 얼굴과 함께 땀이 잘 나는 부위는 손발, 겨드랑이다. 이러한 부위에 국한하여 땀이 많이 나는 경우의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지속적인 정서적 긴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손발, 얼굴, 겨드랑이는 심장, 소화기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부위다. 스트레스를 잘 받고 잘 긴장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부위에 땀이 날 확률이 높다.


“잘 때 나는 땀은 도둑땀”

여름철에는 식사, 음주 때는 물론 잘 때도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취침 시 자주 흘리게 되는 식은땀은 정신적 발한의 일종이라고 한다. 열 자극에 의해 피부 온도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발한이 일어나는 경우를 뜻한다. 대한한의사협회 최준영 학술이사는 “잘 때 나오는 땀은 도한(盜汗), 즉 도둑땀이라고도 한다”면서 “한의학적으로는 과로로 인해 피로하고 쇠약해지면서 수면 중에 이부자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것으로서 허열이 위로 치솟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한증은 생리적 또는 병리적 원인에 의하여 땀이 많이 나는 상태이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한 정도의 발한을 말한다. 신경전달의 과민반응에 의하여 생리적으로 필요한 이상의 땀을 분비하는 자율신경계의 이상 현상이다.

다한증은 선행질환이 있는 ‘속발성 다한증’,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원발성 다한증’, ‘전신성 다한증’, ‘국소성 다한증’으로 나눌 수 있다. 속발성 다한증의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 등에 잘 나타나고 주로 전신성이다. 국소성 다한증은 신체 일부에 국소적으로 과도한 땀분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사타구니, 회음부 등에 주로 나타난다. 그 외 이마, 코끝 등에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땀은 무향인데, 땀 냄새가 나는 이유는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된 땀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암모니아와 저급지방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땀 냄새가 심해질 수 있는 곳은 바로 겨드랑이 부분이다. 아포크린샘을 통해 발생하는 겨드랑이 부분의 땀에는 다양한 유기물질이 함께 섞여 나오게 된다. 이때 세균들이 이를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다시 분해하면서 특유의 고약한 향을 내뿜게 되는 것이다.

땀 냄새 제거에는 씻는 것만큼 효과가 확실한 것이 없다. 냄새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샤워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냄새가 날 때마다 샤워를 하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타민 A, E 섭취 도움

땀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A, E 성분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땀 냄새의 결정적인 원인은 세균이다. 따라서 체내 저항력을 높이고 세균 번식을 없애주는 동시에 피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비타민 A는 필수다. 당근, 배추, 고추, 시금치, 호박 등 녹황색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E는 악취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 증가를 억제해준다. 깨, 아몬드, 바나나, 키위 등에 비타민 E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땀을 흘리는 양에도 체질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땀을 흘리는 것이 상쾌한 사람도 있지만 원래 땀이 잘 안 나거나 땀이 나면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땀이 체온의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저혈압, 당뇨, 피부질환, 화상 등 병적으로 땀이 나지 않는 경우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린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과 염분 섭취다. 지나치게 많이 땀을 내고 나면 몸속 수분이 마른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렸다면 물을 먹어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속열을 부르지 않기 위해서는 탄산음료, 주스 등과 같이 당 성분이 든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보리차, 생수가 바람직하다.

여름철 제철 과일을 통한 수분 섭취도 좋다. 수박, 참외, 살구, 자두, 복숭아, 포도 등이다. 이런 과일들은 땀으로 고갈된 수분섭취에도 좋을 뿐 아니라 몸속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땀 흘리기와 충분한 수분 섭취를 반복하면 몸 안의 열과 노폐물을 배출해 몸속을 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속열로 인해 땀이 나기도 하지만 땀 흘리기를 통해 열을 식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컨, 선풍기 등으로 계속 땀이 식으면 저체온증이나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땀은 체온 상승 시 냉각작용을 하므로 선풍기, 에어컨 등의 지나치게 차가운 공기에 오래 노출될 경우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지나치게 땀이 많이 흐르는 것은 몸에 기운이 부족하여 땀구멍이 열린 상태로 본다. 이 경우 면역이 저하되므로 열린 땀구멍을 통해 찬 기운 등이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다고 본다.

냉방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우리 피부는 땀을 흘릴 기회를 잃게 되며 땀구멍에 찬 기운이 모이게 된다. 이럴 때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송호섭 교수는 “땀과 관련된 질환 치료의 본질은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땀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항상성을 저해하는 원인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라면서 “한의학에서는 항상성의 관점은 곧 음양의 관점이므로 환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종합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인 변증(辨證)의 과정을 거쳐 내린 진단에 맞춰 침구, 한약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균형을 맞추고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땀에 대해 궁금한 것들
   
   땀 많이 흘리면 요로결석 걸릴 위험 많다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는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좋아할까? “모기는 열에 민감하여 열이 높은 경우 공격을 하지만, 땀을 흘리며 자면서 젖산분비가 많거나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사람도 잘 공격한다. 냄새의 경우 땀 냄새와 같은 악취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어서 화장품을 바르고 자거나 향수를 뿌리고 자는 사람들도 공격대상이 된다.”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과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은 같나? “기본적으로는 같다. 다만 사우나에서 인위적으로 흘리는 땀은 지나칠 경우 수분과 전해질 손실을 초래하고,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던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측면이 있다. 가급적 운동을 통한 자연스러운 땀 배출을 권장한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혈액순환과 함께 땀이 체온 상승을 막아주면서 몸속에 쌓인 노폐물, 중금속 성분 등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건강에 더욱 도움을 준다. 반면 사우나에 앉아서 흘리는 땀은 지나치게 강한 열 스트레스와 급격한 체온상승을 막기 위해 흘리는 것이다. 수분 손실로 탈수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피부가 건조해질 수도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여성들이 화장할 때 유의할 점은? “땀과 메이크업은 상극이다. 땀과 피지 분비가 많은 여름철에 화장을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피부 건강을 고려하여 수시로 땀구멍이 막히지 않게 적절히 닦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외선 차단과 수분 공급을 통한 노화방지에 역점을 두고 적절히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 냄새도 땀 때문인가? “그렇다. 땀이 분비되면서 세균에 의해 각질층이 분해되고 이소발레릭산(iso-valeric acid)이라는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되어 발 냄새가 나게 된다.”
   
   땀띠는 왜 생기나? “땀띠는 땀구멍의 일부가 막혀서 땀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되어 작은 발진과 물집이 생긴 것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요로결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나?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인체의 수분 감소로 요농축을 유발하게 된다. 이 경우 요로결석 발생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땀은 다른가? “동양인과 서양인의 땀은 기본적으로 같다. 다만 서양인에게 액취증이 많고 향수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은 동양인보다 아포크린샘이 더 많기 때문이다.”
   
   도움말 = 브랜드뉴클리닉 윤성은 대표원장,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출처 : 주간조선 20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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