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탐구
시력저하
한번 나빠진 눈은 저절로 회복 안 돼



어릴 때 안경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속설은 맞지 않아


시력이란 우리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안구 뒤쪽에서 선명하게 상(像)을 맺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초점을 잘 맞추는 힘, 즉 눈의 도수는 각막과 수정체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휘어지게 되는데 정상적인 눈은 휘어진 빛이 안구 뒤쪽 망막의 황반에 한점으로 모아진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각막과 달리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는 사물의 거리에 따라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상이 망막에 선명하게 맺히도록 한다.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대부분 멀리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近視)와 관련이 있다. 근시가 있는 사람은 상이 망막보다 앞에서 맺히기 때문에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을 비롯한 아시아 사람의 근시를 축성근시라 한다. 이는 성장기에 안구(眼球)가 늘어나면서 상이 원래 맺히던 자리보다 앞에서 맺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안구가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수정체가 크기를 조절해 제대로 상을 맺을 수 있지만 너무 길어지면 수정체의 조절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일반적인 안구의 크기는 지름이 2㎝ 내외지만 근시가 심한 사람의 안구는 3㎝에 이르기도 한다.

근시가 있는 사람이 멀리 있는 사물을 보기 위해 습관적으로 눈에 힘을 주는 것은, 이렇게 하면 눈의 압력이 올라가 안구가 팽창하면서 초점이 좀더 뒤에 가 제대로 맞기 때문이다. 안경이나 렌즈의 역할은 초점의 위치를 좀더 뒤로 미뤄줌으로써 상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구도 성장을 멈춘다. 어른이 돼서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근시 외에도 먼 데 있는 사물은 잘 보는 데 반해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못 보는 원시(遠視), 각막이나 수정체의 굴절 이상으로 생기는 난시(亂視) 등이 시력저하의 또 다른 유형이다.

보통 어른이 되면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안경이나 렌즈를 써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다. 정상적인 눈은 교정시력으로 1.0까지 볼 수 있다. 문제는 선천적으로 각막이나 수정체에 이상이 있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약시(弱視)를 가진 경우다.

눈은 처음부터 완성된 시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보통 6~7세 정도 돼야 정상적인 시력을 갖게 된다. 이는 운동을 통해 근육이 발달하듯 시력도 깨끗한 상을 반복적으로 봄으로써 좋아지기 때문이다. 약시를 가진 아이는 어려서부터 깨끗한 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시력이 발달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안경이나 렌즈를 낀다고 해도 1.0의 정상 시력을 볼 수 없다. 잘못된 속설 중에 ‘어려서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약시가 있으면 어려서부터 안경을 써서 선명한 상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약시는 보통 5~6세부터 나타나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쯤인 12세를 넘어가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근시를 비롯해 난시, 원시 등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TV를 가까이서 보는 등의 생활습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종종 40세 이후에 눈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대개 두 가지다. 우선 젊어서 원시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다. 젊을 때는 수정체의 크기 전환이 잘 돼서 원시가 있더라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조절능력이 떨어지면 갑작스럽게 원시가 나타나게 된다. 다음으로 당뇨병으로 인해 수정체 안에 당이 조금씩 쌓이다가 결국 수정체가 부어올라 근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축성근시와 마찬가지로 안구가 커지기 때문에 상이 제대로 맺히지 않게 된다.

근시가 심해지면 시력이 ‘-7디옵터’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근시로 발전할 수 있다. 고도근시가 되면 눈 속 망막이 얇아져 심하면 망막 일부가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간다. 망막이 떨어질 때쯤 되면 까만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24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망막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빠진 시력은 안경과 렌즈를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최근엔 이 외에도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로 나안(裸眼) 시력을 좋아지게 한다. 라식이나 라섹은 수정체와 함께 초점을 맞추는 데 관여하는 각막을 벗겨냄으로써 초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맺히도록 해준다. 단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은 라식, 라섹 후에 빛 번짐이나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고 수술 후 근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고도근시를 가졌거나 각막이 너무 얇아 라식이나 라섹 시술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시술이 가능한 렌즈 삽입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렌즈를 삽입해 넣는 것이다.


[인터뷰] 강남 ALC 안과 유용성 원장

“각막이 너무 얇아 라식 수술 못 할 땐 렌즈 삽입해 교정”

한번 나빠진 눈은 다시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라식을 비롯해 근래에 선보인 수술기법은 안경이나 렌즈에 의존하지 않은 맨눈 시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망막에 상을 잘 맺히게 하는 힘인 시력은 각막과 수정체의 굴절률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수정체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굴절률을 조정해가는 데 반해 각막의 굴절률은 한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다. 즉 시력은 각막이란 상수(常數)와 수정체란 변수로 이루어진 함수라 할 수 있다. 라식과 라섹은 상수인 각막의 굴절률을 변화시킴으로써 시력을 좋아지게 하는 수술이다.

유 원장은 “라식이나 라섹 수술은 적어도 만 18세 이후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전에 라식 수술을 받으면 안구가 더 자라나 눈이 다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만 18세 이후에도 안구가 성장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라식 수술을 받기 전 6개월간 안경도수에 변화가 있는지를 체크함으로써 안구의 성장이 완전히 멈췄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라식과 라섹 모두 각막을 깎아내 초점이 잘 맺히도록 한다. 다만 각막을 어떻게 벗겨내느냐의 차이다. 라식은 각막절삭기를 이용해 각막 가장 윗부분의 상피세포를 벗겨내는 데 비해 라섹은 알코올을 이용해 각막 상피세포를 없앤다. 라섹은 수술 부위가 작기 때문에 라식에 비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범위가 넓다. 대신 통증이 심하고 회복기간이 길다.

라식과 라섹은 사람에 따라 빛 번짐이나 안구 건조와 같은 부작용을 보이기도 하지만 평생 안경이나 렌즈를 끼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에서 해방시켜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라식과 라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조영주씨는 6살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시력이 -10 디옵터인 고도근시로 너무 나빴기 때문에 렌즈를 낄 수도 없었다. 이처럼 고도근시이거나 각막이 너무 얇은 사람은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유 원장은 “이런 환자에겐 특수렌즈를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삽입하는 안내렌즈 삽입술을 할 수 있다”며 “이 방법은 라식이나 라섹 수술에서 종종 나타나는 빛 번짐이나 혼탁(混濁)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안내렌즈 삽입술에 사용되는 렌즈 중 알티산·베리시스 렌즈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수술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약시로 인해 어렸을 때 눈이 나빠지면 수술을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눈은 굴절 이상에 따라 잘 안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교정이 가능하지만 약시는 시력 자체가 약해진 것이기 때문이죠. 최근 초등학교 신체검사에서 시력검사를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바꾼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눈 관리는 어려서부터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력저하 예방법

1. 책은 바른 자세로 30㎝ 이상 떨어져서 읽고 40~5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한다.
2. TV는 바른 자세로 3m 이상 떨어져서 본다.
3. 하루에 3회 이상 눈 운동을 한다. 눈을 감고 눈동자 위를 가볍게 누르면서 마사지 하면 눈 주위 혈관의 혈액순환을 도와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4. 채소나 과일처럼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눈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
5. 조명은 왼쪽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6. 컴퓨터를 할 때는 30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한다.
7. 푸른색의 나무나 숲을 보면 눈이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8. 1년에 1회 이상 안과 진료를 받는다. 특히 아이의 경우 시력변화가 갑자기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해 눈의 상태를 체크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 : 주간조선 2006.07.17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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