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지방간 우습게 보다간… 30대 이상 남성 10명 중 4명 20년 새 4배 급증


#1 직장인 신모(36)씨는 지난 연말 건강검진에서 난생 처음으로 알코올성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회식 자리에서 이 사실을 밝혔더니 동료들은 “나는 지방간 판정 받은 지 5년 됐다” “알코올로 지방을 씻어내면 된다” “직장인이면 누구에게나 지방간은 있다”라면서 술을 권했다. 신씨는 다소 안도하며 평소처럼 음주를 즐겼다.

#2 세무사 민모(41)씨는 알코올성 지방간 3년차다. 거의 매일 이어지는 ‘비즈니스 디너’로 인해 몸무게가 92㎏으로까지 불어났다. 키가 183㎝로 큰 편이지만 비만 판정을 받았다. 지방간에는 운동과 식이요법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헬스클럽에 등록했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나가는 게 전부다.

#3 주부 윤모(52)씨는 요즘 몸이 말을 잘 안 듣고 피곤함이 자주 느껴져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지방간 판정이 나와 의아해 했다. 윤씨는 술을 한 잔도 못하기 때문이다. 윤씨의 경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었다. 평소 기름기가 많은 음식, 야식 등을 즐겨 뱃살을 걱정했는데, 결국 지방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한간학회가 1988년부터 2007년까지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73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88년 7%였던 지방간 유병률이 2007년 28%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30%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특히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세 이상 남성의 지방간 유병률은 40% 수준이다. 10명 중 4명이 지방간 환자라는 얘기다. 여성의 경우 50대에 접어들면서 지방간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40대까지 12%였다가 50대로 접어들면서 24%로 높아지고 60세 이상이 되면 31%로 확대된다. 폐경기 전후로 호르몬 변화가 오고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한 간은 5% 정도가 지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이상으로 지방이 증가할 경우 이를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심하면 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간의 절반이 지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환자들은 외관상 건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인들은 병원과 주변으로부터 지방간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흔하게 듣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지방간은 성인병과 관련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의 자각 증상은 피로감, 전신 권태감, 오른쪽 상복부 통증 등이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대표적 장기로는 심장이 있다.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지방간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음주, 비만, 약물 남용, 고지혈증, 급격한 체중감량 등이다. 그중에서도 음주와 비만이 가장 위험하다. 간에 가장 나쁜 음식은 잘 알려진 대로 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중금속이 든 음식이나 농약이 든 채소는 무서워하면서도 그보다 간에 100배는 더 나쁜 술에는 너무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술을 계속해서 마시면 첫 단계로 지방간이 생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알코올을 대사시키느라 간에서 지방을 대사시키지 못한다. 간에 지방이 계속 쌓이게 되는 지방간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계속 음주를 하면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된다. 일단 지방간이 일어나면 그 다음 3단계는 급속하게 진행된다. 지방간에서 간염으로 이행한 경우 이때부터 금주한다고 해도 거의 절반 정도는 간경변증 단계로 악화된다.

적정 음주량은 양주, 소주, 포도주, 막걸리 등 주종을 막론하고 두 잔이다. 양폭(양주와 맥주 폭탄주), 소폭(소주와 맥주 폭탄주), 막소사(막걸리와 소주와 사이다 폭탄주) 등도 두 잔 정도로 그쳐야 한다. 특히 여성은 남성의 반만 마셔야 한다. 여성은 알코올 독성에 취약하고 신체 표면적이 남성보다 작아 해독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술자리에서 ‘핸디캡’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위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의 90~98%는 간에서 대사된다. 나머지는 폐, 신장, 피부 등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간은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을 분해하고 해독하는 장기다. 하지만 간 자체도 알코올이나 알코올의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손상을 받는다. 특히 알코올 분해효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해독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상이 더욱 커진다.

초음파 진료 장면

지방간은 간초음파, CT, MRI, 혈액검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간세포가 괴사하면서 나오는 효소 수치를 나타내는 AST(GOT), ALT(GPT)가 정상 범위를 넘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유지, 운동, 금주를 비롯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치료를 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는 역시 술을 안 마시거나 줄여야 한다.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알코올 섭취량은 하루 10~20g 정도이다. 알코올 농도 5% 맥주인 경우에는 250㏄ 1잔, 25% 소주 50㏄ 1잔, 50% 양주 25㏄ 1잔 등은 모두 알코올 양이 10g으로 같다. 안주로는 두부, 과일 등이 좋다.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진행되면 이 중 알코올성 지방간의 약 50%,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약 15%가 간경변으로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는 1일 권장 칼로리 섭취량(2000~2500㎉)을 훨씬 뛰어넘는 회식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직장인 저녁 회식은 한 끼에 3000㎉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식습관도 중요하다. 지방, 당질 섭취를 줄이고 흰쌀 대신 보리, 통밀 등의 잡곡밥을 한 끼에 3분의 2공기(140g)씩 섭취하는 게 좋다. 육류는 갈비, 삼겹살, 곱창, 베이컨 등을 피하고 생선, 두부를 먹는다. 시금치, 상추, 양배추, 버섯, 김, 미역, 마늘은 항지방간인자(콜린, 메티오닌, 셀레늄 등) 함량이 높아 충분히 섭취한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라면, 커피크림, 과자, 패스트푸드 등은 피해야 한다.

| 간은?

간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의 10%가량이 저장되어 있다.
갈비뼈가 울타리처럼 둘러싸서 보호해준다.
간은 우엽과 좌엽으로 구분되며, 둥글둥글한 직삼각형 모양이다.
우엽이 좌엽보다 6배 정도 크고 두껍다.
간은 70%가량 잘라내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크기만큼 다시 자랄 정도로 뛰어난 재생 능력이 있다.
매일 1L가량의 쓸개즙을 생성해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을 밖으로 배출한다.
간세포는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간이 하는 일

1. 흡수된 영양소를 신체에 필요한 영양소로 가공 처리 및 저장한다.
2. 알부민, 혈액 응고 단백질, 콜레스테롤 등 각종 혈장 단백질과
    화합물을 합성하는 화학공장이다.
3. 탄수화물(당분) 대사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 공장이다.
4. 약물 대사 및 해독 작용을 한다.
5. 담즙 생산 및 배출로 소화 작용과 배설 기능을 한다.
6. 체내 호르몬 균형을 유지한다.
7. 비타민, 철분 등의 저장소이다.
8. 혈액의 저장소 역할을 한다.
9. 살균 작용과 신체의 중요 방어선 역할을 한다.

3000억개의 간세포가 500여종류 화학공정 수행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무게는 1.2~1.5㎏ 정도이다. 성인 체중의 약 50분의 1에 해당한다. 간은 오른쪽 갈비뼈로 보호되어 있으며 횡격막 아래 우상 복부에 위치한다.

간은 대략 2500억~3000억개의 간세포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500종류에 달하는 화학 공정을 단시간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의 대부분은 직경 15~30미크론(1미크론은 1000분의 1㎜)에 불과한 개개의 간세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간은 해독기관으로 불린다. 소화기에서 들어온 음식물 중 좋은 성분은 남기고 나쁜 성분은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과다하게 만들어진 호르몬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간에서 담즙을 생산해 음식물 중 지용성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흡수하는 일도 담당한다. 영양분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임파액의 50%를 만들어낸다.


| 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
무리한 체중 감량도 지방간염 부른다

간 질환에 걸리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 식품, 민간 요법 등 무분별한 식품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녹즙·미나리즙·장어즙 등 각종 즙, 홍삼엑기스 등 진액, 각종 생식류의 섭취를 금해야 한다. 특히 간에 좋다고 알려진 헛개나무, 상황버섯, 오가피 등도 과다 섭취할 경우 간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 무리한 체중조절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영양분들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주일에 1㎏ 이상의 급격한 체중 감량은 오히려 심한 지방간염뿐 아니라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지방간 치료제’ 개발한 김상건 서울대 약대 교수

“지방간 치료제 5년 뒤 시판 가능”

서울대 약대 김상건(50) 교수 연구팀은 최근 대사성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예방ㆍ치료할 수 있는 신규 치료제 후보물질군을 개발했다. 김상건 교수는 “지방간 치료제 출시는 5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동물 실험까지는 성공했지만 인체 실험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사성 지방간에서 지방 합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수용체인 ‘LXR-α(Liver X Receptor-α)’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신호 체계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개발해 발명특허(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 특허출원 제 10-2008-0075994)를 출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새로운 조절 신호를 발견하고 치료제 개발에 기여한 김상건 교수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지방간염 등은 치료제로 인정된 약물이 없어, 제품화될 경우 국내 제약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성 지방간에서는 지방 합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핵수용체 LXR-α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지질 생합성 효소가 활성화돼 지방이 생성되고 간에 축적된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간은 해독, 단백질 생성, 에너지 대사라는 3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방이 차면 간 기능이 떨어진다. 세포 생성·소멸 주기도 빨라진다. 그래서 생활 나이는 40세인데 간 나이는 80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간의 건강을 위해 하루 세 끼를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침을 안 먹으면 점심, 저녁에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두 끼를 먹게 되면 지방간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면서 “너무 자주 먹는 것도 안 좋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체가 인슐린을 인슐린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와 관련된 제약기술은 국내 제약사인 ㈜파마킹으로 이전돼 대사성 간질환에 효능이 있는 바이오 신약 개발을 하게 된다. ㈜파마킹은 1975년 태림산업으로 출발해 국내 간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바이오테크놀러지 회사다. 김 교수는 이전에 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신규 치료제 후보물질군도 발견했다. 그는 “술을 자주 먹으면 술이 늘기는 한다. 그런데 이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원래 술 해독은 알코올 탈수소 효소가 감당하지만, 과음하면 싸이토크롬(CYP2E1)이 맡는다. 어제도 먹고 오늘도 먹으면 싸이토크롬은 5~10배로 증가하는데 몸에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 : 주간조선 2010.03.15
서일호 차장대우
도움말=한광협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백승운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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