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이 되는 먹을거리]
겨울 견뎌낸 진액… 몸에 기(氣)를 넣어볼까


고로쇠나무 수액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는 저마다 사람 몸에 이로운 기운을 갖고 있다. 제때 나는 먹을거리로 좀더 건강해지는 법을 한의사의 도움을 얻어 알아본다.

핫케이크에 뿌려 먹는 단풍나무 시럽(maple syrup)과 고로쇠나무 수액의 공통점은 뭘까. 단풍나무 시럽의 원료는 고로쇠나무와 같은 과(科), 같은 속(屬)인 설탕단풍나무의 수액이다. 우리나라와 캐나다는 일교차가 비교적 큰 땅이라 고로쇠 수액을 많이 채취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로쇠 수액은 나무 한 그루당 0.5L쯤 나오는데, 일교차가 클수록 그 양이 많아진다. 우리 선조와 캐나다 조상은 모두 유사한 환경에서 비슷한 나무의 이로운 효능을 발견했던 셈이다.

겨울을 지내며 뿌리에 압축돼 있던 진액이 위로 솟구쳐 오르는 봄. 특히 입춘(양력 2월 4일 또는 5일)에서 춘분(양력 3월 20일 또는 21일) 무렵까지가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에 알맞은 때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고로쇠 수액의 첫 발견자는 통일신라 말 음양지리설과 풍수상지법(風水相地法)으로 큰 영향을 끼친 도선(道詵)국사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가 오랜 좌선 끝에 득도했다. 마침 이른 봄이었다. 좌선을 끝낸 국사가 일어서려고 했으나 무릎이 잘 펴지지 않았다. 난감해진 국사가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 했으나 그만 가지가 부러져버렸다. 엉덩방아를 찧고만 국사는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됐다. 신기한 생각에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인 국사는 무릎이 펴지면서 몸이 좋아졌다. 국사는 나무의 이름을 뼈에 이롭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명명했다. 도선국사의 '골리수'가 변해서 지금의 고로쇠가 됐다는 얘기다.

고로쇠 약수는 뼈가 약해진 사람이나 관절염과 골다공증 예방을 원하는 사람에게 좋다. 고로쇠 약수를 먹으면 등이 시리면서 온몸의 뼈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서늘한 기운이 뼈를 강하게 한다. 태국 곰보다 북극곰의 뼈가 단단하고, 이탈리아 사람보다 스칸디나비아 사람이 뼈대가 큰 것도 이 같은 성질 때문이다.

나무의 수액은 인체 진액을 보충해 준다. 고로쇠 약수뿐 아니라 자작나무 수액, 대나무 수액, 알로에즙도 유사한 효능이 있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내부가 얼지 않도록 수액을 농축한다. 농축된 수액에는 당분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염산이온·황산이온 등의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보다 40배 정도 많다.

고로쇠 약수는 미네랄이 풍부한 일종의 이온음료라고 할 수 있다. 물보다 흡수가 빠르고 배설도 빠르다. 빠르게 몸의 독소를 배설하기 때문에 신체 정화에도 이롭다. 부종과 술독, 간장과 신장 해독에 고로쇠 약수가 쓰이는 이유다.

입춘에 봄기운을 받아 상승하는 고로쇠 약수는 사람의 몸 안에서도 기운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어지럽거나 기력이 달리고 위장병이 있으면 고로쇠 약수가 힘이 된다.

글·사진=최철한 대치본디올한의원 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1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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