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의학 칼럼
고혈압


고혈압 진짜 주범은 ‘부신의 흥분’
타액 호르몬 검사로 확인… 부신 기능 안정시키면 약 끊을 수 있어

39세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들어 부쩍 고민이 늘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저녁마다 바이어에게 술 접대하느라 체중이 늘고 혈압도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가슴이 뜨끔거려 엑스레이를 찍을 겸 병원에 갔다. 다행히 심장에는 이상이 없지만 고혈압과 당뇨 초기 단계이니 지금부터 약을 먹어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몇 십 년간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다 지난해 결국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리 주변에는 김씨처럼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이 많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3명 중 1명꼴로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고 한다. 주로 뚱뚱하고 특히 배가 나온 사람, 짜고 달게 먹는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등이 걸리기 쉽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물론 합병증이 생기면 약은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 당뇨나 고혈압을 겪은 지 오래된 분들 중 한 번에 수십 개의 약을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고혈압, 당뇨 환자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 약 잘 먹고 ‘짜고 달게 먹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말을 꼬박 꼬박 지켜도 약에서 졸업하기가 힘들다.

이 약들은 근본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현재 당면한 문제만을 덮어주는 약이다. 빙산으로 치면 눈에 당장 보이는 윗부분만 깎아서 없애는 식이다. 빙산을 깎으면 또 다시 깎은 만큼 수면 위로 올라온다. 추워지면 빙산은 더 자라기 마련이다. 근본 원인인 ‘추위’를 없애야만 빙산이 녹아 없어지게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혈압약들은 대개 우리 몸의 정상적인 효소들의 작용을 강제로 억제하여 혈압을 떨어뜨린다.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ACE억제제 등. 뇌졸중과 같은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쓰는 약이지 원인 치료 약물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마케팅과 구태의연한 의료지침 등의 문제로 인해 수많은 약의 ‘노예’들이 오늘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혈압이 자꾸 오르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많은 양의 포도당을 쓰기 때문에 저혈당이 되고, 부신은 저혈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당 조절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든다. 부신이 흥분된 상태에서는 코르티솔뿐만 아니라 미네랄 조절 호르몬인 알도스테론도 같이 올라가 혈압도 오르게 된다. 나중에 스트레스가 없어져도 부신의 흥분 상태는 지속된다. 이때부터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뿐더러 당뇨 등 각종 합병증이 나타난다. 혈압이 너무 올라가면 순식간에 뇌졸중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약 복용은 어쩔 수 없지만 부신을 치료하지 않으면 혈압은 떨어지지 않는다.

기능의학에서는 고혈압이 부신 흥분에서 기인한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타액호르몬 검사를 시행한다. 치료 초기에는 혈압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부신 기능을 안정시켜 정상화하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복용량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부신 기능이 안정화되면 나중에는 약을 끊을 수도 있다. 마그네슘과 같은 필수 미네랄의 섭취도 필요하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태극권이나 명상과 같은 스트레스 조절 기법도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 약은 당면한 현상을 일시적으로 없애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근본을 치료하지 않으면 절대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 이지영 GH의원 원장

출처 : 주간조선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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