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의학 칼럼
간 해독


간 수치 낮다고 안심은 금물! 숨은 독성 찾아라
혈액검사론 알 수 없어… 간과 장의 해독 병행해야 효과

직장인 장모(33)씨는 요즘 회사 갈 생각만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부쩍 술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에 부서를 옮기면서 직책이 바뀌는 바람에 술자리마다 ‘술 상무’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암 수술을 한 직속 상사의 술을 대신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직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철 체력을 자랑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뱃살이 느는 것은 물론, 기억력도 떨어지고 피로감도 심해졌다. 탈모도 심해지고 얼마 전부터 가슴이 여자처럼 부풀어 올라 아내와 잠자리도 피하게 됐다.

아무래도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것 같아 종합 검진을 받으러 동네 중소 병원에 갔더니 검사 결과 콜레스테롤이 높고 초음파 검진에서 지방간이 생긴 것으로 나왔다. 간이 걱정돼 추가 간 기능검사를 받아봤지만 수치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간 기능에 문제가 없으니 기름진 음식과 술을 줄이는 생활요법만 실천하면 지방간도 곧 사라질 것이라며 장씨를 돌려보냈다. 남자가 30~40대에 간암에 걸리면 몇 달 안에 죽는다는데, 걱정이 된 장씨는 유명하다는 간 해독 클리닉을 찾아가봤다. 하지만 시술 시에만 잠시 효과가 있을 뿐 곧 원상회복 되었고, 지방간도 좋아지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기능의학 소문을 듣고 필자에게 오게 됐다. 일반적으로 간은 ‘해독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화기에서 들어온 음식물 중 좋은 성분은 남기고 나쁜 성분은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과다하게 만들어진 호르몬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간에서 담즙을 생산해 음식물 중 지용성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일도 담당한다. 그뿐인가. 영양분이나 노폐물 등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임파액의 50%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 몸 전체의 영양소 공급이나 노폐물 순환과 배출에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장에서 유입된 독소가 너무 많으면 간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독소를 그대로 혈액으로 방출한다. 독소가 가득한 혈액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피로감, 두통, 가려움증, 기억력 감퇴는 물론 간 자체에 병이 생겨 간염, 간경화, 간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이 유방이 커진다거나 쓴맛이 느껴지거나 우울증이나 변비 등도 간 문제 때문에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간 독성이 생겼다면 바로 해독치료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혈액 검사 결과 장씨는 간기능검사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기능의학에 따른 종합설문조사 결과 간 독성 설문의 70개 문항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 숨겨진 간 독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추가적으로 ECS검사를 해보니 장누수 증후군과 간기능 손상이 나왔다. 소변유기검사에서도 간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화학물질이 검출됐다.

간에 얼마나 많은 독성 부담이 있느냐는 혈액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고 간세포가 제대로 활동하는지 여부만 알 수 있다. 즉 혈액검사에서 간세포 활동에 이상이 있다고 나왔다면, 이미 간 독성으로 인해 간세포가 파괴되고 난 이후라는 것이다.

간혹 간 해독을 표방한 일부 클리닉에서는 담도에 쌓인 담즙만 제거하는 ‘담낭청소’만 한다. 간 문제는 간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될 수 있다.

장씨에게 간 해독은 물론 장 해독 치료를 병행해서 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간과 장이 회복할 수 있는 필수 영양소들을 꾸준히 투여하게 했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꾸준한 운동도 병행하게 했다.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장씨로부터 피로가 가시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저녁까지도 에너제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듣게 됐다.

12월과 1월은 간에 가장 많은 일을 시키는 달이다. 독소를 걸러주는 고마운 간, 연말연시 전에 먼저 점검 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이지영 GH의원 원장

출처 : 주간조선 20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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