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내리는 거리에서 -詩 김설하
싱그럽지 못했던 나무의 말과
꽃피우지 못한 잎새의 흐느낌이 
아래로 낮아진 그 뜰 긴 동면의 꿈길에 
이름모를 씨앗의 고른 숨소리도 있을
돌아서면 있을 것만 같은 
누가 말이라도 해줄 것만 같은 
형언할 수 없는 애태움이 불빛에 스러지고 
그리움으로 어룽진 그 길 위에 
진눈깨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바람이 흔드는 데로
눈이 내리고 비가 섞이고 
어둠은 저만치 
시간의 균열에 위태로워져서는
형형색색으로 밝아지는 길 위에 
거리는 한 장의 크로키가 되어
저문 날의 흔들림으로 가슴에 스밉니다
눈물 되어 흘러가는 길 따라 
피톨들이 순환하여 혈맥이 불끈거려도
수직으로 서 있어야만 하는 나무의 고단함처럼
오래, 아주 오랫동안 생기롭고 환하지 못해
빗소리에 잦아들고 눈송이에 까무러쳤을
한산한 거리는 시방 무겁게 질척댑니다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편지  (0) 2010.01.03
저무는 해의 송가  (0) 2009.12.30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0) 2009.12.24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0) 2009.12.20
겨울의 플라타너스  (0) 2009.1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