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크리스마스 / 안희선


창망(蒼茫)한 하늘에
머물렀던 겨울의 기나 긴 고독은
남아있는 불안한 표정으로,
구름에 실린 망망한 도주(逃走)

문득, 얼굴 스치는 바람은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로 귓가에 와 닿고
먼 공간 가로 지르는 광선은
정지된 시간의 균열(龜裂) 사이로
홀로 눈부심

교체(交替)하는 세월이 토해낸
고요한 기억들은 추억의 기슭에서
투명한 음절(音節)로 노래를 하고,
텅 빈 나의 가슴은
또 다시 찾아 온 크리스마스 앞에서
조그만 설레임

하얀 계절은
포근한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어쩌다가 마주친,
추억 같은 그대의 쓸쓸한 시선(視線)은
애타는 기원을 영혼의 씨앗에 품고
싹 틔우는 나의 하늘

그 하늘에
하얀 그리움 새겨 넣으며
소박한 소망의 빛으로
겨울의 잿빛 하늘을
힘겹게 녹이는,
그런 위태로운 가슴의
순박한 울렁임으로
혹은,
깊은 입맞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