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아 /조용순
바라보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게 하는 짙푸른 하늘빛, 
그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은 전신을 휘감고 돌아
가슴까지 후비고 들어와 흔들고 있어
이런 바람의 주소는 오색 가을이던가
하늘과 땅이 함께 일으키는 
가을 정령이 깃든 바람아 
나그네 쓸쓸한 뒷모습으로는
다가서지 마라
흔들리다, 흔들리다
위험한 곳에 넘어질까 두려워
갈꽃 향기도 전할 수 없는데
견디며 침묵하는 눈빛이 자주 젖어들고 있음은
원초의 고독이 아프게 엉기어 있기 때문이니
그리움을 가두고 슬픈 계절을 지나치게
흔들지 마라, 
가을이 농익어가는 곳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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