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가을이 되어 / 정기모
까닭 없이 먹먹한 밤
밤별이 흘린 눈물의 소리
따랑따랑 치맛단에 매달리면
누가 저리 애끓게 울어 대는지
골 깊은 산길은 더 깊어지는데
동그랗게 말린 등줄기에
또, 한 잎 그대의 문양이 찍히면
어디에 숨겨 한 계 절 살아낼까 싶어
가슴에 환한 등불 하나 밝혀요
그대여
들국화 보랏빛 향기는
떨리는 가슴에 와 안기고
그대에게 가는 길은 현기증이 일고
그대를 생각해 내는 일이 얼마나 깊었는지
초경을 겪던 일처럼 울렁거려요
앞서 번지는 그리움이
그대 잎맥에도 한자씩 번 저가면
그대에게 가는 아픔은 부르트고
짓무른 눈으로 올리는 기도라 하여도
나 그대의 가을로 가만히 눕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