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무릎위 굶주린 달을 보았는가 / 양애희
깜깜한 얼굴을 묻고
둥근 발작 사이로 하늘 자리 
어딘가, 
누워 흘러가리라 
바람의 수천번째 어금니에 물려
하늘과 구름과 별과 풍경 사이에서
저녁 6시에 세워진 신호등 저 끝에 앉아 
흑백의 기억 겨드랑이만 쳐다본다
동공속 엎드린 알몸이 자꾸만 벌겋게 취해도
어두워지면 어두워지면 
안개 무덤에서 숲의 침묵마냥
그저 그렇게 사위어질줄 알았으리라
마음 안쪽 어딘가로부터
바람의 세포가 뱉어놓은 환한 구멍속까지
길게 닿는 그 소리
아주 가끔 너였으리라 너일거야
꿈꾸는 자작나무 무릎위에서
굶주린 달이 지나가는 소리라는 것을
긴잠의 몸속에 젖어 마악 나비의 등을 타는
그는 정녕 알고 있을까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문 강에 기억이 날아 오르다  (0) 2009.10.21
낙엽  (0) 2009.10.20
부르면 눈물이 날것 같은 그대  (0) 2009.10.17
늘 가슴에 번져오는 사랑  (0) 2009.10.16
쓸쓸함에 대하여  (0) 2009.10.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