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조선시대 밥상!
5월의 우리 전통 음식


농경 생활을 해온 나라답게 우리나라는 세시풍속이 잘 발달한 편이다. 24절기 등 절후에 따른 특별한 날에는 조상숭배, 농사의례 의미를 갖는 행사는 물론 액을 면하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특히 입하, 소만의 절기와 단오 등 행사가 많은 5월에는 한창 물오른 생선들과 햇곡식이 풍성해 밥상이 다채로웠다. 조선시대 즐겨 먹었던 5월 음식, 전통 음식의 대가 윤숙자 소장이 직접 시연했다.

그림 속 음식 이야기

우리 옛 음식은 당대 사람들의 풍습과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다.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면 조상들이 즐겨먹던 음식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음식을 직설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이 있는가 하면, 조선 음식에 대한 상식과 문헌자료를 총동원해야 알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4가지 풍속화를 들여다보자. 싱싱한 숭어 반찬부터 알록달록 상큼한 술까지 5월의 밥상은 풍성했다.

곡우~망종(음력 4월 20일~6월 6일경)
푸짐한 새참 먹기  김홍도 | 수운엽출 中

농부들의 손에 호미가 들려있는 걸 보니 김매기 철로 짐작된다. 보통 김매기는 여름에 이뤄지는 일로 막 더워질 때 시작하므로 체력 소모량이 꽤 많다. 그래서 이쯤 되면 든든한 새참은 필수였다. 새참에 막걸리는 기본, 안주는 때마다 다른데 그림에서 지게 위에 덮어놓은 보 사이로 생선의 지느러미가 보이는 걸 보니 노동에 지친 농부들이 자주 즐겼다는 짭짤한 생선 요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늦봄~초여름(음력 4월 말경)
양반들 증류주에 빠지다  신윤복 | 주사거배

영·정조 시대,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을 즐기고 있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퇴폐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앞마당에 진달래가 만발해 있고, 시원한 툇마루에서 술을 마시는 걸 보니 늦봄에서 초여름 정도로 유추할 수 있다. 큰 솥에서 끓여진 증류주를 국자로 떠서 마시고 있다.

초여름(음력 4월 말경)
숭어찜을 먹다  김득신 | 강상회음

어부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숭어잡이가 한창인 초여름쯤으로 짐작된다. 어부들이 강에서 숭어를 잡아 긴 꼬챙이를 생선의 입부터 꼬리까지 빗겨 질러서 화로에 얹어 굽는 장면을 묘사했다. 당시에는 생선을 이런 방식으로 구워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단오경(음력 5월 초)
술과 엿을 즐기다  유숙 | 대쾌도

꽃이 만발한 때, 구경꾼들이 성 밖에서 벌어지는 씨름과 택견 겨루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단오 때가 되면 장터 근처에서 씨름판이 벌어졌다는 옛 문헌의 기록으로 보아 이 그림은 단오 전쯤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아래쪽에 막걸리와 인절미, 흰엿이 보인다. 당시 엿은 씨름판을 구경할 때의 긴장감을 달래는 간식거리로, 인절미와 막걸리는 흥을 돋우기 위해 즐겼던 음식이었다.

입맛 돋우는 앵두편

5월에는 앵두, 오디, 산딸기 등이 풍년이다. 이중 앵두는 위를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해 막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 재료로 널리 쓰였다. 지금의 젤리와 같은 ‘앵두편’은 살짝 쪄서 굵은 체에 거른 뒤 살만 발라 녹말을 넣고 굳힌 음식으로 양반부터 서민까지 즐겨 먹었다. 앵두편은 1670년경 동아시아 최초 여성 조리서로 알려진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에 여름 과자로 기록되어 있다.

앵두편

●재료 앵두 600g, 물 3컵, 설탕 1컵, 녹말물 1/2컵, 소금 1/4작은술

●만드는 법

1 앵두는 깨끗이 씻어 건져 꼭지를 뗀 뒤 냄비에 담아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삶는다.
2 ①의 앵두 과육이 무르게 익으면 체에 밭쳐 씨와 껍질을 발라내고 과즙만 모은다.
3 냄비에 ②를 담고 설탕을 넣어 끓인다.
4 끓기 시작하면 녹말물을 넣고 저어가며 30분 정도 중불에서 끓이다가 꿀을 넣는다.
5 모양 틀이나 그릇에 물을 바르고 두께 1cm 정도로 쏟아 부어 식힌다.
6 ⑤가 굳으면 모양틀이나 칼로 먹기 좋게 썬다.

5월 생선요리 도미면

5월에는 한창 물오른 생선으로 찜을 해먹는 일이 많았다. 그중 도미면은 도미의 살을 떠 전을 부쳐 넣고 고기 육수를 부은 후 국수나 당면을 넣고 즉석에서 끓여 먹는 대표적인 여름 궁중 요리. 1901년 궁중 음식에 대한 ‘진찬의궤(進饌儀軌)’에 그 맛이 ‘춤과 노래보다 더 낫다’고 하여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도 불렸던 음식이다.

도미면

●재료 도미 1마리, 쇠고기 우둔살 60g, 당면 40g, 밀가루·쑥갓·홍고추 20g씩, 미나리 15g, 표고버섯·호두 10g씩, 목이버섯 2g, 석이버섯 1g, 육수 4컵, 달걀 3개, 은행 4알, 식용유 2큰술, 청장 1/2큰술, 잣 1작은술, 소금·흰 후춧가루 약간씩, 쇠고기양념(청장·다진 파 1작은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1/2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고기완자(쇠고기 우둔살 다진 것 20g, 두부 10g), 완자양념(간장 1/3작은술, 다진 파·참기름 1/2작은술씩, 다진 마늘 1/4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육수국물(쇠고기 양지머리 150g, 물 6컵), 국물양념(청장 1/2작은술, 참기름 1/4작은술)

●만드는 법

1 도미는 비늘을 긁고 지느러미를 자른 뒤 내장을 빼낸다. 깨끗이 씻어 포를 뜨고 4×5cm로 썬 다음 소금, 흰 후춧가루를 뿌린다. 머리와 뼈는 따로 준비해둔다.
2 쇠고기는 면포로 핏물을 닦아 0.3cm 두께로 썬 뒤 분량의 쇠고기양념과 고루 섞는다.
3 완자에 사용할 쇠고기는 면포로 핏물을 닦고, 두부는 면포로 물기를 짜서 곱게 으깬 뒤 완자양념 재료와 버무린다.
4 표고와 석이버섯, 목이버섯은 물에 1시간 정도 불린다.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물기를 닦은 뒤 2×4cm 크기로 썬다. 석이버섯은 돌기를 떼고 물기를 닦아 곱게 다진 뒤 달걀흰자와 섞는다. 목이버섯은 1장씩 떼어놓는다.
5 호두는 따뜻한 물에 불려 속껍질을 벗기고, 은행은 팬에 소금을 넣고 볶은 뒤 껍질을 벗긴다. 잣은 고깔을 떼어 면포로 닦고 홍고추는 반 잘라 2×4cm 크기로 썬다.
6 쑥갓은 다듬은 뒤 깨끗이 씻고, 당면은 1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7 냄비에 육수국물 재료를 끓여 면포에 거른 뒤 분량의 국물양념 재료를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고기는 따로 건져 슬라이스해둔다.
8 손질한 도미 포와 준비한 완자를 밀가루와 달걀물을 섞어 만든 반죽에 옷을 입힌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친다.  
9 전골냄비에 당면을 깔고 양념한 쇠고기와 ①의 도미 머리, 뼈, ⑦의 고기를 올린다.
10 도미전과 손질한 채소, 견과류를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청장과 소금으로 간하고 한소끔 끓인 뒤 손질한 쑥갓을 넣고 불을 끈다.

5월의 보양식 준치탕

5월이면 잠시 나왔다 들어가는 흰살 생선 준치는 비늘이 유난히 크고, 가시가 매우 많으나, 생선 중에서 가장 맛이 좋다고 하여 ‘진어(眞魚)’라고도 불린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처럼 준치의 맛은 이즈음에 즐길 수 있는 생선 중 으뜸인데, 5월이 제철이라 초여름 원기 회복에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혔다. 1908년 한국통감부가 간행한 ‘한국수산지’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준치를 즐겨먹어 그 수요가 많으므로 이를 많이 어획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준치탕

●재료 준치 1마리, 쇠고기 200g, 물 5~6컵, 표고버섯 3개, 달걀 2개, 마른 붉은 고추 1개, 밀가루 2큰술, 식용유 적당량, 국물양념(국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후춧가루 1/3작은술), 준치양념(다진 파·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2작은술)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납작 썰기한 뒤 물과 분량의 국물 양념을 섞어 냄비에 끓인다.
2 준치는 비늘을 긁고 깨끗이 손질해서 반으로 갈라 포를 뜬 다음 칼등으로 긁어 가시를 제거한다.
3 ②를 곱게 다져 준치양념 재료와 섞는다. 동글게 빚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옷을 입힌 뒤 기름 두른 팬에 지진다.
4 달걀은 황백 지단을 부쳐서 마름모꼴로 썰고, 표고버섯은 4등분하여 은행잎 모양으로 자른다. 마른 붉은 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씨를 털어낸다.
5 냄비에 장국국물, 완자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손질한 ④의 고명을 올린다.

수레바퀴 모양 수리취절편

조선시대의 연중행사와 풍습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기록에 의하면 ‘이 날(단오)은 쑥 잎을 따다가 찌고 멥쌀가루 속에 넣어 초록색이 나도록 반죽하여 떡을 만든다. 그리고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를 찍어 빚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것이 바로 수리떡이다. 다른 말로는 수리취를 뜯어 삶아 넣어 ‘수리취절편’ 또는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무늬를 찍어 만들어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한다.

수리취절편

●재료 멥쌀가루 100g, 수리취 데친 것 30g, 물 10컵, 참기름 1/2큰술, 소금 1/4작은술

●만드는 법

1 수리취 데친 것과 멥쌀가루를 믹서에 곱게 간다.
2 물과 소금, 멥쌀가루를 한데 넣고 차지게 반죽한다.
3 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김이 오르면 반죽이 들러붙지 않도록 간격을 띄워 15분 정도 찐다.
4 쫄깃하게 하기 위해 찐 떡은 방망이로 3분 정도 친다.
5 찐 떡을 한 수저씩 떼어 동그랗게 빚은 다음 떡살로 눌러 찍어내고 참기름을 바른다.

달콤 쌉싸래한 보리수단

물이 깨끗했던 옛날에는 자연수를 이용해서 제철에 나는 과일과 함께 음료로 즐겨 먹었다. 이맘때면 보리수단을 즐겨 마셨는데, 수단은 단오 전후로 만들어 서로 주고받던 음식으로 조선조 중엽부터 유두날로 옮겨져 여름철에 즐겨 먹게 되었다. 삶은 보리쌀에 녹두녹말을 묻혀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뒤 오미자즙에 띄워 마시는 음료였다.

보리수단

●재료 보리수단(녹말가루 1/2컵, 보리 5큰술), 오미자물(물 2컵, 오미자 1/2컵), 설탕물(설탕 7큰술, 물 5컵), 꿀 2큰술

●만드는 법

1 오미자는 물을 붓고 빨간색이 곱게 나도록 하루 정도 우려 체에 밭치고, 설탕은 냄비에 물을 한데 부어 끓인 후 차게 식혀 준비한다.
2 보리는 문질러 씻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후 손으로 으깨질 정도로 삶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3 접시에 녹말가루를 펼치고 ①을 굴려 고루 묻힌 다음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다.
4 볼에 ①과 꿀을 섞은 후 ③을 넣어 차게 마신다.


♬~ 주페-시인과 농부

출처 : 여성조선 2009.05.14
진행 김은혜 기자 | 사진 방문수
요리 윤숙자(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02-741-5411)
그림&자료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
패브릭 협찬 한복나라(02-3444-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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