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다 / 양현근


      산수유나무의 여린 꽃대 위에
      노란 웃음이 하나 둘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 옆에서 낮은 포복으로
      세상의 무른 자리를 말없이 지켜보던
      공복의 햇살도 근육을 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겨울바람에 휘둘리던 가지가
      새로운 중심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머지않아 흥건하게 쏟아져 내릴 춤사위를
      마음으로 읽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마른 관목숲 사이로 물관 내닫는 소리
      밤새도록 꽃불을 놓고 있습니다
      내 영혼의 절간 깊숙이 불이 붙고 있습니다
      아아,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뼈 마디마디가 전복되는 중입니다

      말하자면 내가 봄이 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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