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우는 비 / (宵火)고은영   가을의 고독한 저변까지 네 소식이 당도하기 전 나는 아팠다 진창 같은 늪에 빠져 혼돈에 물든 저 지루한 고통으로 일그러져 존재가 매몰되고 암흑의 지하를 탈진 상태로 헤매는 동안 너는 급기야 안개의 얼굴로 며칠 동안 세상에 머물다가 도회의 몸통에 굵은 소리로 후두두 네 소리엔 가을도 아파 고개를 쳐들다 시들어 가는 저물 녘 너는 계절의 길을 하나씩 지워 가고 너의 중심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우산 하나로 따뜻한 가슴을 녹이며 걸어간다 세상의 음산한 거리에서도 그들은 얼마나 황홀한 행복에 젖어 있을 것이냐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춘 나의 아픈 시선 너머로 행복한 젊은 연인들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다 마치 지독한 공복에 굶주린 어떤 사랑처럼 Shadow of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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