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詩 김설하 스산한 바람 부는 창가에 서서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을 것만 같은 번호 가물해진 숫자를 눌러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면 잔잔했던 가슴 뛰기 시작하는 번호 가지런히 숨소리 모으고 정갈하게 목청 가다듬고 수화기 저쪽 내 목소리 전하면 그 쪽에서도 기다렸을지 모를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행여 받지 않으면 어쩌나 행여 기다린 전화가 아니었으면 어쩌나 내 목소리 기억나느냐고 내 생각 가끔은 했느냐고 잊은 듯 지냈지만 오랜 침묵 깨고 소식 전하고픈 바람처럼 스친 인연이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지요 어떤 얼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그래 이 목소리였어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수화기 저쪽의 목소리보다 창문 흔드는 바람소리가 더 커다랬다며 우물쭈물하다가 아무 말 하지 못할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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