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언지 아는가 / (宵火)고은영
보고 파도 보고프다 말하면 
사랑은 안개처럼 효력이 사라지는 일
꾹꾹 참아 눌러 다 그렇게 사는 거야
언제 우리가 다소곳이 애틋한 심중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는가
사랑이란 
언어가 되어 입술로 내뱉는 순간 
마법처럼 사라진다네
나도 모르지 
어떤 형이상학 사랑론으로부터 들은 얘기야
그러니 하고픈 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는 게지
너무 섭섭하고 외롭다고 징징거릴 일은 아닐세
삶의 영광이 무엇인가
지나간 세월은 우리에게 
삶의 영광이 어떤 것이라 말해주지 않았지
다만, 그러려니 하고 살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비워진 맘 밭에 
휑한 바람소리 들리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처가 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이
인생의 참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라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