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혹誘惑 -詩 김설하 여름을 건넌 따가운 햇살 부리나케 떨어진 들녘에 싱그러운 바람 문대더니 가지 끝에 가을이 달렸습니다 문지방 닳도록 귀뚜라미 흥이나 밤낮없이 단물 보듬는 소리 집나갔던 숙이가 붉은 저녁놀 등지고 돌아오던 날 찢어진 청바지틈새로 뽀얀 허벅지 비집고 나와 환했던 것도 실팍해진 가을의 이름입니다 유리벽에 쏜살같이 꽂히는 햇살 잎사귀마다 울긋불긋 눈도장 찍으며 유혹하는 저 요염함 좀 보아요 허리춤 자근자근 밟힌 해바라긴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속이 까맣게 탑니다 아, 어쩌면 좋아요 꽁지 빨간 잠자리 날개위에 햇살이 미끄러지면 덩달아 타는 가슴 너무 뜨거워 황금물결 일렁이는 저기 저 들판에 엎어져 뒹굴겠어요 어때요 내 이름 가을인데요 Monaco - Jean francois maur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