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poem 2010. 12. 17. 14:29


눈사람   -詩 김설하
그건 천사가 빚어낸 
흰 각설탕이었는지 몰라
맨발로 자박대다가 얼어붙은
그리움 깊어 쏟아진 눈물
보고픔 잘게 부수어 뿌리면
함박눈 되어 그가 있는 곳으로
그리움 되어 쏟아질 테니
하늘에서부터 그대 뜰까지 구르면
커다란 눈사람이 될 거야
그가 바라보는 창문 밖에 서 있다가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좋겠지만
종일 창을 열지 않아도 
그의 숨소리가 들릴지 몰라

몇날 며칠 햇살에 내 몸피 줄어들고
내 마음 기다림에 까무러쳐도
그가 있는 창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도 괜찮아
그가 길을 나서는 걸음마다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밟고 지나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녹아 없어져도 슬프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