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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인기척에 네가 그립다

likepoem 2010. 1. 27. 12:32

기억의 인기척에 네가 그립다 / 양애희




자작나무 겨드랑이 치켜 세우듯
내 안에 젖는 사람이 온통 너라면 어쩌겠느냐
백년 그리고 천년
저 하늘의 별처럼 영영 네게 박힌다면 어쩌겠느냐


더러는 나부끼는 마음
흔들며 흔들며 나무처럼 흔들리며
온통 행간을 덮는 바람이면 어쩌겠느냐


세상에 맺은 연緣 껴앉아
닳아 허기진 세월의 그리움에 닻을 내리고
엎어져 풀어헤친 비망록 같은 사랑


깃든 운명의 하늘에 숨을 불어 넣어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길
마른 자작나무 얇은 등 그 어디메쯤
동백처럼 붉게 반짝이면 어쩌겠느냐


혀끝에 묻어난 기억
알몸으로 네게 간다면 네게 간다면
잘 익은 마음 하나 따뜻히 건네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