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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지

likepoem 2010. 1. 3. 12:51


겨울 편지   -詩 김설하
제 몸 부대느라 쓰렸을 마른 풀숲
호들갑 떠는 건 바람뿐이던
성근 산자락에 눈이 내린다
포근하게 감싸며 내리는 눈송이
빈곤했던 숲에 설화가 피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발자국을 내느라 분주하고
바람도 신명난 골목 어귀
끈 풀어진 검둥이도 나처럼
제 세상인 양 가로세로로 뛴다
다시금 내 흔적에 발을 포개며
네게로 가는 길을 묻고 싶지만
쉴 새 없이 눈송이가 엎어졌다
그래도 서운치 않다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만큼은
그리움도 한가지라 묻어 두련다
동색의 세상에 오늘만큼은
사랑도 그렇게 지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