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계절 -詩 김설하
무심코 커피를 끓이고
시간 또한 무심히 달아나
기어이 싸늘하게 식은 찻잔
쓴 커피를 한 모금 입안에 털어 넣고
가슴을 냉기로 풀무질하며
치졸한 슬픔을 게워낸다
식도를 타고 내리는 차가운 전율에
달그락대는 이가 남세스러워
거울 앞에 서지 않아도 궁상을 읽겠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니
전 페이지로 되돌리는 악순환의 연속
여러 번 눈알을 굴려도
마음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
빼곡히 박힌 활자를 주시하는
손가락에 날이 선다
정지된 화면에 빗금을 그으며
허공을 떠도는 잔인한 슬픔
고독과 대치한 동공에 장마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