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그리운 이름을 부른다 / 양애희
저 너머 어디쯤 꽃이 되어서
어쩌자고 네 속에 들어갔다가
어쩌자고 네 속에서 나오기도 하는지
뜨거운 입술에 묻어나는 의문의 기호들
생의 얼굴에게 묻다
생의 가슴에 파묻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꿈의 덧문을 열고
너의 숲에 가만히 잠겨 본다
간간히 목 축이며 뻐꾸기 제 집 날아오르고
숨어든 기억이 하루를 하염없이 문지르면
바람이 되어서 바람이 되어서
기억 상실처럼 너는 피어나
꽃인양 그리움을 끌어 안고
한 장 한 장
손 끝의 안개를 더듬는다
마른 꽃잎같이 날다가
흐르는 강물에 가리우다가
너의 가슴에 긴 그리움으로 흐른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이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기억이 쉴 강물이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