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 웃음을 쏟다 - 김설하
피고 지는 일이 전부인데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름도 생소한 꽃잎에 황달이 들었다
건조한 틈새로 아픔이 자라고
한 뼘씩 그리움이 자란다는 걸 꽃도 알지
고통이 엄습해오는 찰나에도
아무 말 못하는 숙맥
목이 말라 기다렸을 작은 화분에 물을 준다
베란다 문틈으로
호수의 달빛이 찾아와 적시는 밤
재잘대는 숲의 바람이 기웃거리는 아침
사소한 일상이 꽃잎에 웃음을 쏟는다
서로에게 오가는 타전
깊은 관심과 이해로 푸른 잎이 돋아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어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어가 필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