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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건망증

likepoem 2009. 3. 28. 10:51
        
        

      

    마누라의 건망증


    *** 전화받다 마누라가 태워먹은 수많은 냄비들..


    또 전화가 온다.

    마누라는 실컷 수다를 떤다.

    그 순간 아차차...!!!  
    "얘, 잠깐만 기다려, 가스불 끄고 올께!."
    마누라는 자신의 영민함에 뿌듯해하며 가스불을 끈다.
    그리고,
    나서 아까 하던 김장 을 마저 한다.

    *
    *
    *

    마누라는 그렇게 또 통화하던 친구를 건망증 때문에
    간단히 잊어버렸다!.




    *** 은행에 간 마누라. 오늘은 거의

    완벽하다.  

    통장과 도장도 가지고 왔고 공과금 고지서도 가지고 왔다.
    이젠 송금만 하면
    오래간만에 정말 아무 일 없이(?) 은행에서 볼 일을 마치게 된다.
    "송금하시게요? 잘 쓰셨네요..
    아! 전화번호를 안 쓰셨네요. 집 전화번호를 써야죠.."

    *
    *
    *

    마누라는 그날 집 전화번호가 생각 안나서
    결국 송금을 못하고 말았다.



    *** 나도 만만찮다.

    출근하느라 정신 없는 나.
    서류 가방 들랴,

    차 키 챙기랴,

    머리 염색약 뿌리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무사히 출근에 성공한다.

    한참을 운전하던 나...
    뭔가를 빠뜨린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통화가 안 된다.

    나는 욕을 해대며 다시 걸어 보지만 여전히 통화가 되질 않는다.
    *
    *
    *

    그날 마누라는
    하루종일 없어진 TV 리모콘을 찾아 온집안을 헤매야 했다.
      

    *** 간만에 동창회에 나가는 마누라!.

    화려하게 차려 입느라 난리다.
    저번에 동창생들의 휘황찬란한 옷차림에 기가 죽은 기억 때문에
    마누라는 반지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반지 하나 고르는 데 2시간 걸렸다.
    마누라 반지는 딱 2개 뿐인데...
    모든 걸 완벽하게 치장한 마누라!.
    이번엔 정말 마누라가 스폿라이트를 받았단다.
    모든 동창들의 시샘의 눈길에 뿌듯해하는 마누라!..
    마누라는 우아하게 인사를 했단다.
    "얘드아!(얘들아) 오데간마니다.(오래간만이다)"
    다른 치장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
    *
    *

    마누라는 "틀니"를 깜빡 잊었다.
    그후로 마누라는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산다.


    *** 마누라가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주인이 반긴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네, 덕분에..오늘 큰딸 결혼식이 있으니까 머리손질 좀 빨리 해주시겠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30분 안에는 완성해 주세요"
    "30분 안에요? 네, 알겠어요"
    한참 손질하던 주인,
    "이왕 오신 거.. 머리를 마는 게 어때요? 훨씬 보기 좋을 텐데..."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마누라!.
    "그럼 어디 간만에 파마나 해볼까."
    그렇게 마누라는 머리를 말았다.
    꼭 3시간 걸렸다.
    머리를 만 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 마누라...!!!

    집안의 공기가 썰렁하고 험악했다.!!!  
    *
    *
    *
    며칠후 마누라는 큰딸의 결혼식을 비디오로 봐야 했다...
    그런 아줌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