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poem
2007. 10. 31. 20:39

가을을 지우는 비 / (宵火)고은영
가을의 고독한 저변까지
네 소식이 당도하기 전 나는 아팠다
진창 같은 늪에 빠져 혼돈에 물든
저 지루한 고통으로 일그러져 존재가 매몰되고
암흑의 지하를 탈진 상태로 헤매는 동안
너는 급기야
안개의 얼굴로 며칠 동안 세상에 머물다가
도회의 몸통에 굵은 소리로 후두두
네 소리엔 가을도 아파
고개를 쳐들다 시들어 가는 저물 녘
너는 계절의 길을 하나씩 지워 가고
너의 중심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우산 하나로 따뜻한 가슴을 녹이며 걸어간다
세상의 음산한 거리에서도 그들은
얼마나 황홀한 행복에 젖어 있을 것이냐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춘 나의 아픈 시선 너머로
행복한 젊은 연인들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다
마치 지독한 공복에 굶주린 어떤 사랑처럼
Shadow of the Sun
|